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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면서 처음 본 야생 수컷 장수풍뎅이! 키울까 고민 끝에
오늘도 어김없이 지역 순찰을 담당하는 나.
3시간 넘게 빠른 걸음으로 온동네를 쑤시며
운동을 넘어 고행을 수행하는 나.
집에서 아주 먼 곳까지 걸어가서야
운동을 그만 두고 집으로 향하는데
주변이 온통 논과 밭, 산 뿐이라서 그런지
우연히 수컷 장수풍뎅이를 발견했다.
이 놈이 가로등 불빛에 달려들었다가
가로등에 부딪혀서 떨어졌는데 내가
그 소리를 들었지 뭡니까~~!
진짜 야생에서 수컷 장수풍뎅이는 처음
보는 거라 기쁘고 설레면서도 당황..
힘이 얼마나 좋은지 바로 날아가려 하고
잡아도 너무 잘 빠져나감;;
그리고 손에 피가 좀 여러 군데 났습니다.
아니 뭐 이리 다리 가시가 따가운지
힘까지 좋다보니 가시가 아주 쉽게 내 손을 관통.
좀 가지고 놀다가 아파서 못 잡겠어 가지고
로드킬 당하기 전에 가방 속에 쏙~
제가 안 구해줬으면 무조건 로드킬 당할
사이즈였습니다. 일단 무작정 이 놈을 데리고
참나무 숲까지 가서 날려줘야죠.
힘 보니까 굳이 안 던져도 잘 날아갈 듯.
이거 보세요. 참나무숲 가는 길에 이미
로드킬 당한 장수풍뎅이 발견...ㅠ
이 녀석 말고도 또 있었지만 안 찍었어요.
이렇게 제가 좋은 일을 합니다.
역시 가방에서 꺼내서 땅바닥에 놓자마자
아주 잘 날아가는 수컷 장수풍뎅이.
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장수풍뎅이는
키우기가 너무 번거롭고 힘들어서
절대 안 키우는데 이 녀석이 웃긴 게
처음 비행 때 가로등 불빛을 향해 잘 날아가더니
한참 날다가 갑자기 저한테 다시 날아와서
제 옷에 안착 ㅋㅋ 쿨하게 보내주려 했는데
더럽게 달라붙으면 고민되잖아. 어이 없네.
진짜 운명인 건가 싶어 키우는 걸 고민했는데
역시 저보다 자연이 더 잘 키워줄 거란 생각에
다시 땅바닥에 놓아줌. 그랬더니 아래 동영상처럼
날다가 휙 가버렸네요.
그래도 존재만으로 웅장했고 즐거웠다. 잘 살아라.